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산재 입증을 위해 전면 공개하기로 한 데 이어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도 공개할 수 있도록 행정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삼성은 '핵심기술 유출 위험'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정부와 삼성 간 갈등이 깊어질 조짐입니다.
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청구 처리지침 중 '안전보건자료 유형별 공개 여부 판단 참고자료(예시)' 부분에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
서 내용은 개인정보인 근로자명을 빼고 모두 공개를 원칙으로 함"이라고 적시돼있습니다.
또 "측정위치도와 공정별 취급 화학물질·사용량, 근로자 수, 화학물질 측정치·노출 기준 등이 기업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 생
명·신체·보건과 직결된 정보이므로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한 대전고법의 판결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 총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평가 결과를 기재한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하게 됩니다.
특히 고용부는 정보공개법상 행정기관의 정보공개 의무가 특정사안의 이해 관련성을 불문하고 정보 이익 그 자체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객관적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피해 당사자인 산재 근로자와 유족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언론 등 제3자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노동계 사정에 정통한 한 법학자는 "고법 판례를 사례로 제시하며 '이해 관련성을 불문하고'라는 내용의 문구를 집어넣은 것은 사실상 제3자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일선 지청 관계자도 "자세한 내용을 본부에 확인해야겠지만 일단 이해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고용부는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도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고 참고자료를 제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해 관련성을 불문하고'라는 문구는 일괄 적용이 아니라 법원 판례와 함께 참조하라고 넣은 것"이라며 "공개 여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보공개심의회에서 결정하며 본부에서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담당 국장이 새로 부임하고 지침이 개정된 데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해왔다"면서 "개인 경력과 연관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재 신청 당사자에게는 외부 유출 방지를 전제로 자료는 물론 현장까지 충분히 보여줄 용의가 있지만, 이해 관계자가 아닌 시민단체를 비롯한 3자에게 보여주는 건 핵심기술 유출
위험이 커 절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공장 라인 배치나 화학물질 사용에 관한 정보는 핵심기술이라고 봐야 하며 중국업체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안"이라며 "향후 여러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는 각각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결정과 관련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법원에 각각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