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여검사를 성추행 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은 본인의 성추행 소문이 퍼졌다는 사실을 범행 직후인 2010년 10월께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서지현 검사가 올해 1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는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안 전 검사장의 당초 주장과 배치됩니다.
재판에서 안 전 검사장이 본인의 성추행을 알고 있었는지는 인사보복 동기를 따지는 데 중요한 단서입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검사장의 공소장에는 그가 2010년 10월 성추행 범행 직후 이 사실이 검찰 내부에 알려졌다는 점을 당시 법무부 간부에게서 전해들은 정황이 기재됐습니다.
당시 서 검사가 근무하던 서울북부지검 간부들을 통해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이 간부는 안 전 검사장을 불러 "성추행 관련 소문이 돌고 있는데 술 먹고 사고 치지 말라"는 취지로 경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반면 안 전 검사장은 올해 1월 서 검사가 성추행 의혹을 폭로할 때까지 전혀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사건이 발생했다는 장례식장에서는 만취 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었고,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도 몰라 인사보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안 전 검사장이 법무부 간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시점에 이미 본인이 가해자라는 점을 알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성추행 문제로 자신의 검찰 내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다가 2015년 검찰 인사를 책임지는 검찰국장에 임명되자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입니다.
경력이나 검사 수급상 해당 지청에 근무할 순번이 아닌 서 검사를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지청으로 보내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없도록 여건을 만들어 스스로 검찰에서 사직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 전 검사장은 자기 뜻대로 인사가 관철되지 않으려 하자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서 검사를 반드시 날려야 한다"는 발언까지 하며 통영지청 발령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참고인 진술을 다수 확보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당사자인 법무부 간부는 안 전 검사장에게 경고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