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타이어뱅크의 김정규(53)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김회장은 1991년 타이어뱅크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타이어 유통 전문점 시대를 연 인물입니다.
소규모 정비업소에서 자동차에 안 맞는 타이어를 교체한 뒤 사고위험에 처했던 김 대표의 경험이 타이어 유통 전문점을 설립한 계기가 됐습니다.
타이어뱅크는 '앗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현재 전국에서 4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돈을 은행에서 취급하듯 모든 타이어를 타이어뱅크에서 취급, 판매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창업 당시 20대 후반이던 김 회장은 유통 단계를 과감히 축소하면서 타이어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타이어 공장→물류센터(지점)→총판→대리점→카센터→소비자로 전달된 6단계 타이어 유통형태를 공장→타이어뱅크→소비자로 이어지는 3단계로 축소했습니다.
유통 구조가 간소화되면서 타이어뱅크에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타이어 가격도 함께 낮아졌습니다.
성장을 거듭한 타이어뱅크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KBO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210억원을 후원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산업은행과 중국 더블스타가 합의한 금호타이어 인수 금액은 6천463억원이지만 타이어뱅크의 매출은 2016년 기준 3천729억원에 그쳤습니다.
2016년 회계감사보고서를 보면 영업이익은 664억원이지만 당기 순이익은 272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 정상화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7천500억원을 어떻게 조성할지도 관건입니다.
일부에서는 불발될 게 뻔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어 이름값만 높이려는 김 회장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지도 의심합니다.
김 회장이 '명의 위장 수법'으로 8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도 불안 요소 중 하나입니다.
대전지검은 김 회장 등 임직원 6명과 타이어뱅크 법인을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입니다.
김 회장은 일부 판매점을 점장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현금 매출 누락이나 거래 내용을 축소 신고하는 등 '명의위장' 수법으로 종합소득세 80여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명의위장은 소득 분산을 통해 납부해야 할 세금을 축소하거나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탈세 방법입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타이어뱅크 매장 300여곳이 위장사업장이므로 자진 폐업 신고할 것을 통보하고 750억원을 과세했습니다. 김 회장은 750억원을 모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변호인 15명의 조력을 받는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는 앞서가는 사업 모델"이라며 탈세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