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9월 6일 지지율 50%를 넘나들며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던 안 원장은 5% 안팎에 불과했던 박 이사에게 아무 조건 없이 선뜻 후보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이를 두고 "아름다운 합의"라고 칭한 것은 바로 박 이사였습니다.
기성 정치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합의는 이후 '아름다운 양보'라는 말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렇게 박 이사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서 현재 재선 시장이 됐고, 안 원장은 4일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아직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박 시장과 안 위원장의 격돌 가능성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측의 신경전도 이미 가열되기 시작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문 앞머리에서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했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당시를 상기시켰습니다.
안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는 "7년 전에는 잘하실 것이라고 믿고 양보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껏 서울이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많이 놓쳤다"면서 "제가 다시 제대로 발전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보'를 직접 언급하며 박 시장을 가상의 적으로 정조준한 셈입니다.
출마 선언 장소를 서울시청 바로 앞인 서울시의회로 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박 시장도 안 위원장에게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박 시장은 전날 서울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에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우리가 맞서는 민주개혁진영의 동지로 함께 했던 것"이라며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도 달라지고, 가는 방향도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 시장은 또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것(양보)을 시민이 이야기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은 누가 시민의 삶을 잘 챙기고, 서울의 미래를 잘 이끌어갈지 시민이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박 시장의 얘기대로 동지였던 양측은 7년간 상반되는 정치 행로를 걸었습니다.
박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가장 적절하다"고 자임하고 있는 반면 안 위원장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낭떠러지로 자신을 인도 한다"며 현 정권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