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변호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미공개 문건을 전면 공개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변호사 시국선언이 발표된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서울, 경기북부, 경기중앙, 충북, 전북, 인천, 대전, 부산, 광주 등 9개 지방변호사회장을 비롯한 변호사 2015명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변호사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스스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사법 신뢰를 저버린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관련성 유무나 공개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고, 사법행정권의 남용과 관련된 미공개 문건을 전면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이어 "각 문건의 작성자와 작성경위, 해당 문건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느 선까지 보고되었는지, 보고 후 최종 실행 여부 등에 대해 성역 없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형사처벌, 징계, 탄핵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법원 및 사법행정의 개혁 등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입장입니다.
변호사들은 "대법원이 원세훈 댓글공작 사건, KTX 근로자 복직사건, 쌍용차 해고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 공정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처리해야 할 사건의 재판결과를 청와대에 대한 설득과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기도하고 지적했습니다.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법관들의 연구모임을 와해시키려 하거나, 판사들에 대한 사찰로 볼만한 활동을 했음이 대법원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며 "이는 단순한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넘어 조직적인 사법농단이라는 비난도 과하지 않을 정도라는 입장입니다.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되어 공정하게 재판을 수행한다는 숭고한 사법권의 독립을 사법부 스스로 훼손하고 무너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 5일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90개 파일과 인용되지 않았던 8개 파일 원문을 공개했습니다.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재판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나아가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대통령 의중대로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