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도서관에서 앞자리 여학생의 하체를 휴대전화기 카메라로 몰래 찍은 20대 김모씨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에 대해 9일 대학로에서 열린 여성 집회 참가자들은 불법 촬영물 전반에 대한 두려움과 일상의 성차별 문제를 외쳤습니다.
김씨는 지난 4일 오후 8시께 성남시 중원구 한 도서관 열람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테이블 아래로 내려 맞은편에 앉은 여고생의 치마 속을 몰래 찍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씨 휴대전화 갤러리에는 다수 여성의 얼굴과 뒷모습 등이 찍힌 사진 1만여 장이 있었습니다.
저장된 사진 중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가 찍혀있는 사진은 10여 장이었습니다.
또 지난 5일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여자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을 몰래 촬영하려다 발각돼 달아난 30대 남성이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9시 50분께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캠퍼스 영상원 3층 여자화장실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여성을 불법 촬영하려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 카메라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성차별 편파 수사를 비판하는 여성들이 시위했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2000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여성들이 참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불편한 용기의 작은 불씨가 큰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드레스 코드는 ‘빨간색’이었습니다.
시위 행렬은 혜화역에서 이화사거리 부근까지 700m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주로 10~20대 여성들이었지만 40~50대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20대 딸이 둘이라는 이모(55)씨는 “딸들과 불법촬영 처벌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다”며 “젊은 친구들이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기특하고 공감되는 점이 많아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남성안심화장실’이라고 적힌 곳에서 가면을 쓴 사람이 소변을 보면 지켜보던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가해자 90% 이상이 남성인 불법촬영 범죄를 ‘미러링’해 반대의 상황으로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삭발을 했고 머리카락이 잘려나갈 때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상여자!” “자이스!(자매 나이스)”라며 응원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허락 없이 집회 장면을 찍으려 할 때마다 여성들은 "찍지마”를 연호하며 경계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혜화역 집회 이후 집회 취지를 비판하며 참가자들의 외모를 희롱하는 게시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